옆자리를 드립니다 활동후기

함께 했던 활동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제목
2015년 4차 '옆자리를 드립니다!' 후기
작성자
장애인먼저
작성일자
2015-10-22 10:00:26
조회수
5,431
 
저는 서울에 사는 24살 평범한 대학생입니다. vms라는 봉사활동 사이트를 알게 된 이후로부터 시간이 날 때마다 신청하여 봉사활동을 하곤 합니다. 이 사이트의 장점이 단기 봉사활동이 많이 올라와 있어서 시간이 하루나 이틀 정도 짧게 나더라도 봉사를 신청하여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번 옆자리를 드립니다라는 봉사도 여기에서 알게 되었습니다. 723일 마침 시간도 비어있고 음악회도 구경할 수 있다는 장점에 신청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장애인을 보조하여 음악회를 관람하는 봉사활동으로 알고 참여를 하게 되었습니다.
장소는 예술의전당이었습니다. 도착하고 나니 자원봉사자들이 모였습니다. 약 열 명 정도의 봉사자들이 모였고, 봉사 대상은 6명의 지적장애 및 발달장애 청소년이었습니다. 담당 선생님은 이번 활동을 관람 보조의 차원을 벗어나 그들과 문화공연을 관람하고 함께 식사하며 장애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개선하는 봉사활동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냥 관람보조라고 생각하고 와서 이 말의 뜻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제가 담당한 장애청소년은 ○○이라는 18살의 청소년이었습니다. ○○이의 할머니에게 ○○이에 대한 설명을 들으니, 의사소통이 잘 안 되고 대부분 대답을 라고만 해서 걱정이고 그 외에는 말을 잘 듣는 유순한 성격이라고 했습니다. 의사소통이 어렵다는 말에서 상당히 난처했습니다. 그간 경험했던 지적장애 관련 봉사의 경우 활동반경을 제어하거나 담당자의 뒤치다꺼리만 하는 것이었는데, 이번 봉사는 대상을 직접적으로 담당하는 형식이어서 생소하였습니다. 시작은 어떻게 해야 좋을지 고민이 많았습니다.
우선 활동으로는 같이 식사를 한 후 음악회를 관람하는 순서였습니다. 같이 식사를 하러 갔는데 같이 담당하던 여자봉사자분이 상당히 상냥해서 ○○이가 저 보다는 여자봉사자에게 마음을 열었습니다.(21조로 봉사하였습니다) 여자봉사자분 말에 잘 응해줬습니다. 저도 계속해서 의사소통을 해보기 위해 식사를 같이 하면서 말도 걸어보고 눈 마주칠 때 마다 웃어도 봤지만, ○○이가 저를 경계하는 분위기였습니다. 같이 하는 여 봉사자분은 항상 웃어주고 비빔밥의 간도 맞춰주면서 상당히 잘 하셨습니다. 사교성이 뛰어난 것 같아 부러웠습니다. 여 봉사자분이 물어보면 대답을 하는데 제가 물어보면 2~3번을 물어봐야 대답하거나 고개를 돌렸습니다. 아마 제 표정에서 친근감이 들어나지 않았나봅니다. 식사를 마치고 음악회를 들어가는데 화장실을 권하는 질문에는 대답을 해줬습니다. 이것이 ○○이가 저에게 해준 첫 대답이었습니다. 이 때는 아마 화장실이 급했던 것 같습니다. 아직까지 이 봉사를 그저 장애인 행동보조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음악회에 같이 들어가 옆 자리에 앉았습니다. ○○이는 자주 와 본 모양인지 편안하게 착석했고 계속 노래를 흥얼거렸습니다. 이를 잘 들어보니 tv에서 많이 볼 수 있는 cf삽입곡이었습니다. 식당에서도 줄곧 윤선생~ 영어교실이라고 웅얼거렸습니다. 혹시 많이 들어본 음악으로 소통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 “kbs kbs kbs” 했더니 한국방송~” 하면서 응답해줬습니다. 신기한건 이렇게 서로 몇 번 주고받고 하니 뭔가 통했는지 제가 물어보면 줄곧 대답을 잘 해줬습니다. 음악회가 시작하고 몇 번 웅얼거리긴 했으나 공연에 곧 잘 집중하는 모습이었습니다. 다른 참가자의 경우 소리를 내서 예술의 전당 직원분이 직접 와서 주의를 주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의 경우 제 말을 잘 들어주어 관람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습니다.
음악회를 마치고 나가면서 제 손을 먼저 잡고 화장실로 가더군요. 그 때 알았습니다. 이 봉사를 통해서 제가 무엇을 얻을 수 있었는가를... 우선 봉사에 대한 제 인식 자체가 틀렸음을 알았습니다. 자원봉사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함께하고 소통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그들에게는 소중한 추억이 됩니다. 그리고 저는 봉사 자체를 저보다 부족한 사람들을 돕는 것을 봉사라고 생각했습니다. 봉사는 수직적인 관계가 아니라 더불어 함께 하는 수평적인 관계임을 알았습니다. 또한 장애인이라고 무조건 돕는다는 마음가짐보다 그들을 이해하고 존중하고 소통하려는 자세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들 또한 남들과 조금 다를지라도 같은 인간이기에 생각할 줄 알고 느끼는 것이 있습니다. 이를 모르고 제가 처음에 그랬던 것처럼 무조건 도우려고 하는 것은 반감을 살 수 있다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저는 오늘 봉사를 하면서 좋은 경험을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동시에 많은 사람들이 장애인을 다른 시선으로 보지 말고 같이 살아가는 존재로 생각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제 인식을 바꾸는 좋은 계기가 되었고, 많은 사람들이 이와 같은 체험 등을 통해 인식을 바꾸어 이러한 봉사가 더 이상 봉사가 아닌 일반적인 생활이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