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자리를 드립니다 활동후기

함께 했던 활동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제목
2015년 18차 '옆자리를 드립니다!' 후기
작성자
장애인먼저
작성일자
2015-10-22 10:01:55
조회수
5,147
무덥던 여름이 지나고 어느덧 가을이 성큼 다가오는 요즘 나는 방학이 끝나기 전 무언가 보람찬 일을 찾고 있었다. 그러다 우연히 VMS라는 자원봉사 사이트에서 장애인먼저실천운동본부라는 곳의 옆자리를 드립니다!’라는 자원봉사를 발견하고 신청을 하게 되었다. 사실 지난번에 예술의전당에서 옆자리를 드립니다!’에 참여한 기억이 있었는데, 그 때 기억이 좋았기에 이번에도 장애인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문화 활동을 할 수 있는 생각에 너무 기뻤다. 그렇게 신청을 하고 활동 당일이 되어 나는 설레는 마음으로 가득 찼다. 오늘은 어떤 장애인 분과 짝이 되어 활동하게 될까 무척 궁금하고 기대되었다. 마침내 예술의 전당에 도착해서 장애인분들을 맞이했는데 이름표를 보니 서울 군자에서 오신 분들이었다. 지난번에는 대부분 남자였는데 이번엔 모두 여성분이어서 언니 동생 같은 분위기가 참 좋았다. 그리고 가장 기대되고 설레는 짝 매칭의 순간이 왔다. 내가 제일 먼저 신청을 해서인지 내 이름이 먼저 불려졌고, 나는 서○○이라는 분과 함께 하게 되었다. 같이 오신 인솔자 선생님께서 ○○씨는 활동엔 문제가 없는데 의사소통이 조금 불편하시고 밥을 가끔 손으로 드시는데 그것만 신경 써주면 문제없을 거라고 알려주셨다. 그렇게 인사를 하고 같이 자리로 돌아가 앉았는데 나이가 가늠이 안돼서 옆에 계신 다른 선생님께 살짝 나이를 여쭤보니 ○○씨는 52세라고 하셨다. 나는 비록 흰머리가 있지만 미소가 예쁘고 천진난만해 보이는 ○○씨의 나이가 거의 엄마뻘이라는 사실에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언니라는 호칭을 쓰면 될 것 같다고 말씀해주셔서 ○○언니라고 불렀다. 처음에는 참 어색하고 이상했지만 또 묘하게 잘 쓰게 되는 그 호칭이 신기하기도 했다. ○○언니는 나에게 계속 존댓말을 하셨다. ○○언니가 제일 잘하시는 말은 였다. 쑥스러움을 많이 타시고 의사소통도 잘 되지 않아 조금은 걱정되기도 했지만 점점 적응해 나가는 것 같았다.
그렇게 짝 매칭이 모두 끝나고 서로의 짝과 대화를 나누고 점심을 먹으러 식당으로 이동했다. 손잡고 함께 걸으니 말하지 않아도 서로 신이 난 것 같았다. ○○언니는 참 어린아이 같았다. 밥보다 우동 면을 더 좋아했고 돈가스와 단무지도 잘 먹었다. 천진난만한 ○○언니를 보고 있으니 왠지 모르게 마음이 따뜻해지는 기분이 들어서 참 좋았다. 밥을 다 먹고 나서는 식당 앞에 있는 테라스에서 잠시 시간을 보냈다. 나와 같은 테이블에 앉은 다른 봉사자 분과 장애인 분이 장난을 치는 것을 보니 참 재미있고 보기 좋았다. 활발하고 장난꾸러기 같은 장애인 분과 함께 즐겁게 보내는 봉사자를 보니 부럽기도 했다. ○○언니는 쑥스러움도 많이 타고 의사소통도 힘이 들고, 또 엄마랑 같은 세대라고 생각하니 내 스스로도 선뜻 장난 같은 것을 걸기 어려워 조금 조심스러웠다. 그 시간 동안 ○○언니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천진난만한 아이 같지만 어색한 기운이 감도는 그 느낌을 알고 있었을까. 내가 조금 더 붙임성 있게 다가가지 못한 것 같아서 조금 아쉬운 마음도 든다.
테라스에서 시간을 보내고 나서 드디어 <페르난도 보테로전> 매표소로 향했다. 그 때부터 ○○언니의 표정이 서서히 밝아지고 의욕이 넘치기 시작했다. 표를 끊고 나서 기다리는 시간이 있었는데 ○○언니는 갑자기 일어나서 같이 가자고 하셨다. 처음 보는 ○○언니의 적극성에 나는 놀랍고 기쁜 마음에 같이 일어나서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우리는 함께 기념품도 구경하고 같이 사진도 찍었다. ○○언니는 참 호기심이 많은 것 같았다. 굉장히 적극적이었으며, 그림들을 보고 너무 좋아하셨다. 구경을 하고 일행이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언니의 의욕에 우리는 제일 먼저 입장을 하게 되었다. 전시된 작품들을 보니 과일이 먼저 눈에 띄었다. 곡선이 많아 재미있고 마음이 편해지는 그림들이었다. 호기심이 많은 ○○언니는 쉬지 않고 작품들을 감상했다. 내가 같이 이야기를 건네도 뿐이라 내 말을 이해하고 있을까 싶었지만 그래도 지속적으로 대화를 시도했다. 전시된 작품들을 관람하는 한 시간은 참 짧았다. 물론 나에겐 짧았지만 ○○언니에겐 어땠는지 모르겠다. 일행들이 나간지도 모르고 다시 처음으로 되돌아가자고 나를 이끈 것을 보면 ○○언니에게도 아쉬운 시간이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프로그램이 끝나고 다시 예술의전당 로비로 돌아가 작별 인사를 했다. 짧은 시간 동안 함께 하고 벌써 헤어진다는 것이 너무 아쉬웠다. 함께 정을 쌓을 수 있는 시간이 조금 더 길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짧았지만 장애인과 함께 문화생활도 하고 소통했던 시간이 너무 보람찼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또 참가할 예정이다. 다시 한 번 ○○언니를 또 만날 수 있게 된다면 이번의 아쉬움을 털어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와 함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