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자리를 드립니다 활동후기

함께 했던 활동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제목
2015년 2차 다회성 프로그램 후기(20차, 23차)
작성자
장애인먼저
작성일자
2015-12-15 11:01:27
조회수
5,103
내가 졸업한 중학교에는 몇 명의 지적장애인 친구들이 있었다. 철없이 그때는 장애인 친구들을 보면 피해 다니곤 했었다. 그러던 중 우리 학교에서 장애인인식개선을 주제고 강의를 들을 기회가 있었다. 사실 그때 까지만 해도 장애인은 피해야하는 사람, 무서운 사람,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장애인 체험 강의를 듣고 나서는 사람들의 편견 가득한 시선 때문에 장애인이 얼마나 힘들지 이해하게 되었고 정말 편견은 편견일 뿐이라는 것을 깨달았고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던 내가 몹시 부끄러웠던 기억이 있다. 이를 계기로 같은 반이었던 장애인 친구를 피하지 않고 도움이 필요할 때 도와주고 그 친구와 함께하면서 소통하고 서로 돕는 활동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했지만 마음과 행동은 사뭇 달랐던 부끄러운 기억이 있다.
평소 장애인과 함께할 수 있는 기회가 흔치 않아 마음은 있었어도 실천할 방법은 없었다. 가끔 봉사활동이라는 이름으로 시설을 찾아 갔지만 늘 보이지 않는 장벽과 같은 거리감이 있었다. 그저 같은 공간에서 봉사활동을 명목으로 진행했던 영혼 없는 봉사가 전부였다.
이번에 장애인 먼저 실천 운동 본부에서 진행한 옆자리를 드립니다!’ 라는 자원 봉사가 있다는 것을 알고 옆자리라는 용어에 끌려 봉사활동을 신청했다. 한편으로는 기대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걱정을 마음에 담은 채 봉사 날짜를 기다리면서 하루하루를 보냈다. 드디어 첫 봉사시간이 되었다. 혹시 실수할까 굉장히 떨리는 마음으로 봉사활동 장소로 이동했다. 막상 봉사활동을 진행하려고 하니 걱정스러운 마음이 앞섰다. 파트너 매칭 시간이 되고 내 차례가 다가오자 나의 심장이 요동치듯이 뛰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강의를 들은 경험과 중학교 때 장애인 친구를 조금씩 도와주며 편견을 깼다고 생각했지만, 무의식 속에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남아있었던 것이다.
짝꿍이 정하고 서로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하며 인사를 나누었다. 나의 짝꿍뿐만 아니라 주변의 모든 장애인들은 한결같이 밝고 순진하고 착한 사람이었다. 나에게 무언가를 부탁하면서도 귀찮게 해서 미안하다고 했고 아프면서도 눈물이 나올 때까지 참고 있다가 나에게 아프다고 얘기하는 모습을 보며 나의 고착화되고 어리석었던 편견은 바위에 부딪쳐 깨지는 계란처럼 일순간에 사랴졌다. ‘아 지적장애인이라고 해서 모두 다 어린아이 같은 것은 아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적장애인은 어린아이처럼 떼를 쓰는 행동만 하는 줄로 알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그저 어린아이처럼 밝고 순수한 모습이었다. 장애인들과 함께 있으니 나도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 한 기분이 들었다.
나에게는 돌발상황이라고 할 수 있지만 다른 친구들에게는 에피소드로 남을 일이 하나있다. 식사를 다 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한 분이 다가와 내 머리를 만지더니 묶여 있었던 내 머리를 풀어버린 것이다. 처음에 나는 내 머리끈을 가져가는 줄 알고 선생님을 불렀는데 알고 보니 풀어진 나의 머리를 다시 묶어 주려는 것이었다. 너무 당황스러워서 얼굴까지 시뻘게졌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이제 와서 생각해 보니 내 머리를 다시 묶어주려던 그 마음이 너무 예쁘고 감사하다. 고맙다고 인사도 하지 못한 것이 지금까지 마음에 걸린다. 이번 봉사활동을 하면서 정말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사라진 듯 싶다. 무의식 속에 자리하고 있던 편견들을 직접 경험하면서 완벽하게 깰 수 있었다. 오히려 우리가 장애인에게 배울 점이 더 많았다. 같이 봉사활동을 하던 한 친구는 나에게 와서 장애인과 대화를 할 수 없다고 투정을 부렸다. 그래서 친구 파트너인 장애인이 말을 어눌하게 하는 사람인가 생각하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파트너가 너무 똑똑해서 자기와 수준을 넘어 선 것으로 여겨졌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다른 장애인 분은 법 공부를 하시는지 어떤 영상을 보시고 그 영상과 관련된 법 조항을 줄줄 읊기도 했고, 많은 펜을 가지고 나와 글씨를 연습하는 분도 계셨다. 한 분은 바리스타 자격증을 보여 주며 놀러 오면 맛있는 커피를 타 주겠다고 했다. 이런 모습들을 보며 장애인이 우리보다 낮은 위치에 있는 게 절대 아니구나. 그저 우리와 겉으로 보이는 모습만 다를 뿐이지 우리보다 더 열심히 살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사실 내 주변에는 아직도 몇일 전의 나처럼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는 친구들이 다수다. 내가 장애인과 함께하는 봉사활동을 한다고 했을 때 걱정스러워 하는 친구들도 많았고 굳이 그 힘든 봉사를 자원하는 것이 이해가 안 된다고 얘기하는 친구들도 있었다. 친구들의 이야기를 듣고 걱정스럽기도 했지만 막상 봉사활동 일정이 다 끝나고 나니 이제 더 이상 장애인에 대한 선입견과 편견은 없어도 된다는 작은 지식이 나의 머릿속에 자리한 느낌이다.
이번 봉사활동을 마치고 활동후기를 작성하며 이번에 내가 참여했던 옆자리를 드립니다.’ 봉사활동을 전교생을 상대로 진행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그만큼 느끼는 점도 많고 배워가는 점도 많은 봉사활동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는 친구들이 꼭 한 번 경험해 보았으면 하는 프로그램이다. 나 역시 이번 봉사활동을 통해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깰 수 있었고, 이제는 장애인과 함께 활동해야 하는 일이 생기면 서슴없이 먼저 나서서 활동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제 3학년이 되는 나에게 기회가 주어지지 않더라도 후배들에게 이런 봉사활동의 기회가 많이 주어졌으면 좋겠고, 정말 꼭 한 번 경험해보라고 얘기해주고 싶은 프로그램이다. 이번 봉사활동을 할 수 있게 해주신 장애인 먼저 실천 운동 본부, 그리고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곳에서 항상 우리들을 지켜주고 함께하며 지도해주신 학교선생님께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