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자리를 드립니다 활동후기

함께 했던 활동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제목
2017년 7차 '옆자리를 드립니다!' 참여소감문
작성자
장애인먼저
작성일자
2018-05-09 14:56:57
조회수
2,960
저는 학교에서 개설된 ‘신체기능/구조 변화와 장애’라는 수업을 수강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이번 ‘옆자리를 드립니다!’ 프로그램에 참여할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평소에 장애에 대해 관심은 많았었지만, 실제로 장애에 대해 공부하고 장애인분들과 함께 소통하고 활동해 본 경험이 많지 않았었기 때문에, 이번 프로그램은 저에게 설렘으로 다가 왔습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약간의 두려움도 가지고 있었습니다. 과연 제가 장애인 분들과 제대로 소통하고 활동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동안 저는 발달장애인분들에 대한 막연한 편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장애인 인식 개선 교육을 받으면서 ‘장애인은 우리와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살아갈 뿐이지 우리와 별로 다르지 않다’라고 생각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일반적으로 지체에 있어서나 시각 청각 등이 불편하신 분들과는 다르게 자폐, 그리고 지적 장애를 가지신 분들은 여전히 우리와는 조금 많이 다르지 않을가? 도움이 적극적으로 필요하신 분들이 아닐까?, 사회에 온전히 스스로의 힘으로 자립하고 융화되기에는 무리가 있지 않을까?’라는 의문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서 제가 쓰고 있던 막연한 색안경을 벗을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발달장애인 분들과 함께 소통하고 활동하면서 제가 가지고 있던 생각들이 굉장히 편협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옆자리를 드립니다!’는 발달 장애인분들과 1대1로 매칭되어 함께 양초와 비누를 만들면서 서로에 대해 알아가고 소통하는 시간을 가지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저희는 총 6명이 한 조가 되어 활동을 하게 되었고 저와 짝을 맺게 된 분은 ○○씨였습니다. ○○씨를 포함해 같은 조의 짝궁들과 처음 옆자리에 앉았을 때는 약간 어색한 분위기였습니다. 그러나 서로 자기소개를 하고 강사님께서 준비해 주신 ‘서로를 알아가는 퀴즈’ 등을 진행하면서 점점 더 서로에 대해 알아가게 되었고 편안 마음으로 활동을 즐길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가장 많이 느낀 것은 제가 생각했던 발달 장애인의 이미지가 정말로 편협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저의 짝궁이었던 ○○씨는 비염이 심하셔서 조금 의사소통이 어려웠지만 제가 하는 말을 대부분 이해하고 활동을 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같은 조의 다른 분들은 의사소통과 활동을 하는데 있어 전혀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뿐만이 아니라 함께 대화를 하면서 스스로 자기 개발을 위해서 여러 가지 교육을 받고 취직활동을 열심히 하고 계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현재 의학도의 꿈을 꾸면서 공부해 나가고 있는 저와 마찬가지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있고 꿈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막연히 저희가 도움을 주기를 기다리고 있는 피동적인 분들이 전혀 아니었습니다.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색깔은 무엇인지, 그리고 최근에 어떤 일들이 있어었고 그래서 기분이 어땠었는지 등 일상적인 대화를 하면서 같이 활동을 즐기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저 또한 정말로 즐거웠고, 한편으로는 편견을 가지고 있던 제 자신에 대해 반성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조금은 어리고 순수한 마음씨에 오히려 제가 더 많은 감동을 얻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강사님의 설명을 따라 서로에게 줄 양초와 비누를 만드는 활동이 끝이 나고, 함께 기념 촬영을 하러 나갔습니다. 나가는 길에 저희 조의 짝궁 분이 제 친구의 손을 꼭 잡고 행복한 표정을 지으면서 같이 나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장애인 분들도 충분히, 아주 차고 넘치게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함께 조화롭게 살아 갈 수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조금 어린 정신연령을 가지고 있을 뿐이지, 아주 조금의 도움만 있다면 우리와 충분히 즐겁게 대화하고 활동할 수 있는데, 오히려 제가 색안경을 끼고 먼저 다가가기를 꺼려했던 것 같습니다.
프로그램이 끝나고 이제는 지하철을 타거나 길을 걸어가면서 장애인분들을 보면 이전과는 다른 시선을 가지고 그분들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막연한 편견과 두려움, 거리감으로 가득찬 시선이 아니라 이제는 좀 더 긍정적인 시선으로 그 분들을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옆자리를 드립니다!’와 같은 프로그램들이 계속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저도 기회가 있다면 꼭 다시 한 번 참여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