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자리를 드립니다 활동후기

함께 했던 활동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제목
6차 '옆자리를 드립니다!' 참여후기
작성자
장애인먼저
작성일자
2014-09-04 11:35:49
조회수
2,605
내가 재학했던 학교에는 특수학급이 없었고 장애인이 단 한 명도 없었다. 동네에서도 장애인을 거의 볼 수 없었다. 초등학교에 다녔을 적, 가끔 철커덕 거리는 보조기구를 끌고 힘겹게 등교하던 오빠를 봤던 기억뿐이다. 장애인과 함께 이렇다 할 활동도, 봉사활동도 한 기억이 없었다.
그러나 지난 토요일 선생님의 추천으로 <옆자리를 드립니다>라는 활동에 참여하게 되었다. 살가운 성격도 아닌 내가, 그것도 나와 다른 아이들을 보조할 수 있을까, 보조는커녕 그들을 이해도 못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앞섰다. 특히나 청각적인 감각에 더욱 더 예민해져야 하는 음악회에서는 다른 일반 관객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다른 장소에서보다도 훨씬 더 그들에게 신경 써야하기에 걱정이 더욱 컸다.
첫 만남은 그다지 긍정적이지는 못했다. “이야 좋겠네, 제일 잘생긴 친구 맡아서!”라는 담당선생님의 미소 띈 말에 슬쩍 쳐다보니 먼 곳만 멍하니 쳐다보던 눈에 내 팔만 꽉 잡던 남자아이……. 그리고 먼저 다가와서는 핸드폰을 보던 내게 “이거 뭐에요? 게임이에요?”하고 묻던 학생을 보고 ‘이 학생은 장애가 심하지는 않구나.’ 하고 안심하였던 나를 끊임없는 질문으로 내 입을 바쁘게 만들었다. 그날따라 더 피곤했던 나는 조금 후회가 되려던 참이었다.
음악회가 시작되니 나와 짝꿍이 된 아이는 얌전히 음악을 듣기 시작했다. 중간 중간 터져 나오는 박수소리에 별안간 귀를 세게 막는 행동에 잠시 당황하기는 했지만, 음악을 듣는 모습은 일반 학생과 비슷했다. 아주 가끔씩 조용히 하라고 했던 내 말을 잊고 소음을 내다가도 내가 입에 손을 가져다대면 다시 조용해지곤 하는 모습에 귀엽기도 하였다. 잠시 쉬는 시간에 한 대화에서 선생님처럼 질문을 하며 대화를 이끌어가는 특이한 대화법도 내 또래 친구들에게서는 찾을 수 없는 매력이 있었다. 그 아이는 유난히 말을 좋아하는 듯 자꾸 말이 배고파서 죽었다고, 슬퍼서 깨어났다고 하는 대화의 내용도 나에게는 신선하였다. 정말 어린 아이 같은 모습과 대화였지만 그 중간 중간에는 순수함과 좋은 기운이 실려 있었다.
음악회가 끝난 후 잠시 간식을 먹는 시간에, 간식을 다 먹고 끼리끼리 벤치에 둘러앉아 노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우리와는 다른 사람이라는 인식이 강했던 나에게 그 모습은 우리의 모습과 별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장난을 치고, 뛰어 도망가고, 잡고.... 오히려 작은 오해에도 싸우기 시작하고, 그 싸움을 번지게 만들고, 신체적인 상처 뿐 아니라 마음에도 상처를 크게 내기도 하는 우리의 모습보다도 훨씬 보기 좋고 순수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어느 누구라도 그랬겠지만, 나는 정말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심했다. 그러나 이번 활동을 통해서 장애인들에 대해서 많은 편견이 사라졌고, 긍정적인 기운도 많이 얻게 되었다. 길거리에서 오고 가며 보고 듣는 장애인에 관한 포스터나 구호보다도 더 인상적이고 피부로 와 닿는 활동이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다양한 봉사활동에 지원하고 싶고, 다른 사람들도 많이 참여했으면 좋겠다. 단지 교과서적인 것을 공부하는 것보다도 더 소중한 것을 배워가는 뜻 깊은 하루를 보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