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자리를 드립니다 활동후기

함께 했던 활동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제목
21차 '옆자리를 드립니다!' 참여후기
작성자
장애인먼저
작성일자
2014-12-30 11:42:31
조회수
3,500
2014년 12월 3일 너무나도 춥던 날 설레고 긴장 되는 마음으로 혜화 대학로로 출발했다.
그동안 다양한 자원봉사를 경험했다고 생각했지만 장애를 가진 학생과 저녁을 같이 먹고 뮤지컬을 함께 보는 자원봉사가 된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던 나였기에 설레고 신나지만 한편으론 긴장된 마음으로 대학로로 향했다.
수업이 끝나고 바로 버스를 타고 혜화로 가는 동안 ‘오늘 어떤 친구가 나와 함께 할까’, ‘뮤지컬을 보고 있는데 큰소리를 내면 어떡하지’,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뮤지컬은 나도 익숙지 않은데 내가 다른 사람한테 어떻게 설명해주지’ 등의 여러 가지 생각과 걱정을 하며 뮤지컬센터에 도착을 했다. 그리고 드디어 뮤지컬센터 안에서 나와 함께할 학생을 만나게 되었다. 명현학교에 다니는 19살, ○○이였다. ○○이는 수줍음이 많은 듯 했지만 내가 무언가를 물어보면 조용히 대답해주었고 먼저 손도 내밀어 잡아주었다. 잠깐 동안의 인사를 마치고 저녁을 먹으러 근처 식당으로 이동을 했다.
어색함을 떨쳐보고자 이름도 되묻고 좋아하는 것이 뭔지도 물어보고 추운 건 아닌지, 음식은 뭘 좋아하는지, 오늘 보는 공연은 무엇인지 계속 묻고 또 물었다. 그럴 때마다 ○○이는 짧게 대답을 했고 대답을 하는 모습을 보며 나는 조금이나마 마음을 놓았다. 혹여나 주변을 구경하는데 내가 물어보는 것들로 인해 방해를 받는 건 아닐까, 대답이 하기 싫은 건 아닐까 생각했지만 나의 착각이었다. 음식이 나오고 함께 식사를 시작하게 되었다. 내가 무언가를 챙겨주지 않아도 ○○이가 스스로 할 수 있었기에 자원봉사자였던 나는 저녁을 먹는 시간이 조금은 더 편하고 여유로웠다.
맛있게 저녁을 다 먹고 뮤지컬을 보기 위해 다시 뮤지컬센터로 이동했다. 우리가 함께 볼 뮤지컬은 ‘그날들’이었다. 본 공연이 시작하기 전 ○○이의 이해를 돕고자 뮤지컬에 관해 묻기도 하고 화장실도 다녀온 후에 자리에 앉았다. 뮤지컬이 시작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는 몸을 움직이고 어딘가 불편해 하는 모습을 보였다. 집중력이 점점 떨어지는 듯하여 내가 먼저 박수도 쳐보고 재미있다며 장면마다 호응 하는 모습을 보여주니 조금은 진정된 모습으로 관람하였다. 1부가 끝나고 ○○이를 먼저 화장실에 보내고 나온 것을 확인한 뒤 내가 화장실에 다녀왔다. 줄이 길어 오래 기다렸을 ○○이를 생각해 빠르게 돌아오니 그 자리에 그대로 서서 나를 기다려주었다. 저녁 같이 먹고 뮤지컬 1부를 같이 본, 짧은 시간동안 함께 있었던 나의 말을 잘 따라줘서 고마웠다. 그렇게 짧은 휴식시간을 가지고 뮤지컬 2부를 끝까지 잘 보고 나오니 ○○이는 조금 피곤해보였다. 다 함께 사진을 찍고 다시 돌아가야 하는 길을 재촉해야 하는 상황이었기에 인사도 제대로 하지 못 한 채 헤어졌다. 항상 헤어질 때가 오면 아쉽고 더 잘해줄걸 하는 후회가 들기 마련이다. 다른 자원봉사를 경험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이와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헤어지려니 아쉽고 더 많이 이야기 나누고 더 잘해줄걸 하는 후회가 들었다.
처음 참여하게 된 옆자리를 드립니다 라는 자원봉사는 나에게 깨달음을 준 것 같다. 저녁을 같이 먹고 뮤지컬 한 편을 같이 보는 일이 자원봉사가 될 수 있다는 점에 놀랐고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똑같이 문화를 경험하고 체험하는 일이 어려운 일이 아님을 느낄 수 있었다. 장애인이 문화를 경험하고 체험을 하는 것에 있어 어려운 점이 있다면 기꺼이 언제든 내 옆자리를 내어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아직까지 우리 사회는 장애인을 대하는 태도나 장애인을 보는 인식이 보수적이고 닫혀있는 듯하다. 많이 개선이 되었다고는 하지만 더 나아가야 할 부분이 많고 특히 비장애인에게는 취미 생활과 스트레스 해소가 될 수 있는 여가와 문화생활을 장애인이 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많다. 뮤지컬을 보는 동안 다른 장애학생이 호응을 하고 박수를 치는 동작들을 자원봉사자가 아닌 일반 관객의 시선에서는 어색하거나 불쾌해 보였는지 계속 소리가 나는 쪽을 쳐다보았고 무대에 있어야 할 시선이 장애학생이 앉아 있는 객석에 머물러 있었다. 이렇게 사소한 동작 하나에도 주목을 받고 별 일 아닌 것에도 관심을 받는 장애인이 당당하게 사회에 나오기를 바라고 장애인을 보는 시선이 개선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해본다. 자원봉사자라는 이름으로 참여하여 책에서는 배울 수 없는 가르침을 얻었고 평소 보고 싶은 뮤지컬도 보게 되어 더 기쁜 마음으로 하루를 마무리 할 수 있었다. 기회가 된다면 다시 한 번 자원봉사에 참여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