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자리를 드립니다 활동후기

함께 했던 활동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제목
4차 '옆자리를 드립니다!' 참여후기
작성자
장애인먼저
작성일자
2014-09-04 11:29:34
조회수
2,837
나는 사실 봉사활동을 많이 한 편이 아니다. 봉사활동을 했었어도 보통은 봉사활동 확인서나 어떤 의무를 위해서 봉사활동을 한다는 생각이 강해 그다지 진심으로 우러러 나온 마음은 없었다. 봉사활동에선 쌍방향의 소통이 있기보단 자원봉사자가 일방적으로 도움을 주는 모양새가 나오기에 무언가 손해 보는 느낌이 든다거나 할까? 하지만 이번에 ‘옆자리를 드립니다’을 하는 과정에서 나의 이러한 사고방식은 완전히 바뀌었다.
이번 프로그램은 예술의 전당에서 진행하게되었다. 간략한 오리엔테이션에서 자원봉사자들은 명현학교에서 온 지적장애를 가진 아이들과 각각 짝을 지어서 동행을 하고 미술작품 전시를보게 된다고 하였다. 흔히 전시장에선 정숙한 분위기 속에서 작품 속에 숨겨진 의미를 파악하면서 감상을 하는 것이 보통인데 과연 지적 장애를 가진 아이가 이를 받아들일 수 있을까 약간 의구심이 들기도 했다. 어떤 아이와 짝이 될지 기대반 설렘반으로 기다리는 와중 시끌벅적한 소리와 함께 아이들이 도착했다. 아이들은 먼저 인사를 건네거나 손을 잡기도 하며 적극적이고 예의 바른 모습을 보여줬다. 차례차례 이름이 불러지고 자원봉사자들과 아이들은 짝을 이뤘다. 나 역시 설레는 마음으로 한 아이와 짝을 맺게 되었다. 아이의 이름은 ‘김 동진’. 이름이 적힌 목걸이를 걸어주면서 우리는 인사를 했다. 동진이는 또래의 장애 아이들보다도 약간 더 지적 능력이 떨어진다고 했다. 다른 짝들은 서로 자기소개도 하고 질문을 하며 서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우리는 수월하게 대화를 하진 않았지만 내가 내민 손을 잡는 동진이의 모습에서 나는 이 아이와의 시간이 기대되기 시작했다.
전시회는 쿠사마야요이라는 미술가의 작품을 다뤘다. 그녀는 자신이 겪고 있던 강박증과 환각증을 극복하고 이를 활용해서 미술작품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도트와 패턴의 반복을 통해 이루어진 그녀의 작품을 보면서 복잡함 속에서 균형을 찾으려는 그녀의 노력을 볼 수 있었다. 또한 단순히 먼 발치에서 바라보는 작품이 아니라 직접 참여하고 가까이서 바라보는 여러 활동을 전시 작품에 적용함으로써 동진이와 나는 지루함 없이 능동적으로 전시회를 둘러볼 수 있었다. 작품들을 둘러보며 가끔 즐거움 속에 소리를 지르기도 하면서 우리는 점차 친해졌다.
그 후, 저녁식사를 하면서 선생님께서 한 가지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보통 장애를 가진 아이의 속마음을 어느 정도 아는 데는 1년이 넘는 기간이 필요하다고 하셨다. 또한 말을 잘 한다고 생각했던 아이에게 무언가를 시키면 잘 못 할 때가 있고, 그 반대로 말을 잘 못한다고 생각했던 아이가 오히려 곧잘 할 때가 있다고 하셨다. 이는 단순히 외적인 특징이나 행동만 보고 장애인을 판단하는 것에서 비롯된 오해이다. 밥을 먹으면서 동진이와 선생님이 이야기 하는 모습을 보니 확실히 나와 있었을 때보다 동진이는 더 많은 것을 받아들이고 이해하고 있었다. 처음에 의사소통이 잘 안되니까 선을 그어놓고 어느 정도 이상은 이해하지 못하리라고 으레 짐작했단 사실에 나는 얼굴이 붉어졌다. 선입견을 가졌었단 것에 미안함을 느끼며 좀 더 동진이에 대해 알고 싶어졌다. 다시 이야기를 나누니 확실히 동진이는 고개를 끄덕거리기도 하면서 내가 말한 것에 대해이해를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동진이와의 만남에서 나는 봉사활동의 참된 의미를 깨달았다. 은연중에 나는 장애인은 도움이 필요하고 그래서 그들에게 일방적인 도움을 줘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봉사활동을 하면서 물론 내가 동진이를 도와주고 이끌어주기도 했다. 하지만 이 과정 속에서 나 역시 많은 것을 배웠다. 동진이와 손을 잡고 돌아다니면서 책임감을 배우고 이에 수반하는 기쁨을 깨달을 수 있었다. 또한 선입견을 걷어내고 좀 더 상대방의 내면을 바라보려 노력해야 한다는 교훈을 배웠다. 장애인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그들 또한 감정이 있고 다양한 생각을 하며 충분히 자기 의사를 표현할 수 있다. 장애인을 만날 때 단순히 나와는 다른 사람, 도움을 줘야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옳지 않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고 부족한 점을 나누고 서로 배워갈 수 있는 하나의 공동체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