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자리를 드립니다 활동후기

함께 했던 활동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제목
4차 '옆자리를 드립니다!' 참여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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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9-04 11:3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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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다른 친구들보다는 장애인과의 접촉기회가 많았다고 생각해왔다. 교회에서는 매주 장애인들과 함께 예배를 드리고, 학내에 있는 재활학교에서도 봉사를 꾸준히 했었다. 그러나 나에게 “옆자리를 드립니다”가 특별한 이유는 나에게 깨달음을 주었기 때문이다. 부끄럽게도 나는 장애인들과 가까이 있고 그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했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들에게도 나와 같이 문화생활에 대한 욕구나 필요성이 있음을 알지 못했던 것이다.
이번에 봉사자들과 함께 “쿠사마 야요이”전시회를 함께 관람하게 될 친구들은 고양시에 있는 “명현학교” 학생들이었다. 사실 이전에도 명현학교 학생들과 “옆자리를 드립니다” 프로그램을 통해 인연을 맺은 적이 있어서, 그때의 내 짝꿍이 오지 않을까 살짝 기대를 했지만 오지 않아서 조금 아쉬웠다. 그때에도 젠틀하고 멋있는 친구들이 많아서 헤어지는 것이 굉장히 아쉽고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 이번에 매칭된 나의 짝꿍은 고등학교 2학년 수진이었다.
수진이는 지적장애가 있어서 말을 못하고 의사소통이 안 되는 친구였다. 하지만 에너지가 넘치고 쾌활한 성격이었다. 뭐가 그리 좋은지 기본표정으로 웃음을 장착하고 이리저리 땀날 정도로 뛰어다니는 것을 좋아했다. 박수치는 것 손등에 뽀뽀해주는 것 안아주는 것도 좋아해서 아무나 붙잡고 손에 뽀뽀를 하는 천진함이 있었다. 나는 수진이의 이러한 행동이 처음에는 당황스러웠고, 학습능력이 거의 없을 것이라고 느꼈다. 왜냐면 새로 등장한 나의 존재가 궁금할 법도 한데 관심을 크게 보이지 않았고 제멋대로 행동했기 때문이다. 내 눈에는 굉장히 신기한 전시조형물들에도 큰 흥미를 보이지 않았으며, 말로는 주의사항을 알아듣지 못해서 내가 반드시 몸씨름을 해야만 전시물훼손(?)을 방지해야 하는 순간도 많았다. 나는 짝꿍이 전시장에서 나가지 못하게, 뛰어다니지 못하게. 전시물들에 다가가지 못하게, 아무에게나 접촉하지 못하게 하느라 진땀을 뺐고 진지한 관람은 포기하고 오로지 그녀의 일탈을 막는 것에 집중하였다. 하지만 그러던 중에 나의 생각이 바뀐 순간이 있었다.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 전시장이 있었는데, 나의 지시나 강요없이도 스스로 신발을 벗고 그 장소에 들어가는 것이었다. 사소한 순간이었지만 수진이에게도 눈치라던가 인지능력이 있다는 사실을 갑자기 깨닫게 됐다. 그때부터 짝꿍의 행동들이 조금 달라보였다. 수진이도 사실 자신이 어떤 장소에 가고자 할 때 주체적으로 준비를 갖출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친구다. 하지만 지금껏 수진이가 살아오면서 가고싶은 것, 하고싶은 것을 하고자 할 때마다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얼마나 많은 저지와 반대에 부딪혔을까?? 그래서 이렇게 내가 수진이의 자유를 저지하려 하면 할수록 더 고집을 부리는 것은 아닐까?? 그게 수진이 개인의 탓이 아닌, 살아오면서 주위의 시선과 강요로 형성된 삶의 태도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갑자기 마음이 녹아내리면서 짝꿍이 좀 더 이해되는 순간이었다. 장애인을 이해하고 그들을 바라보는 의식을 개선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구나 다시 한번 나부터 느낀 순간이었다. 그런 생각이 든 순간부터 수진이를 더 거리낌 없이 안아주고 더 눈을 맞춰주고 알아듣든지 말든지 진심을 담아 칭찬도 해줄 수 있게 되었다. 이후 관람이 끝나고서는 화장실도 같이 가고 밥도 같이 먹는 시간이 있었다. 수진이가 식욕이 별로 없길래 중간중간에 내가 직접 떠 먹여주어서 다 먹게 만들었지만, 밥 먹는 시간이 길었더라면 스스로 밥을 먹을 수 있도록 그녀를 존중해주었을 것 같다. 나는 지금도 수진이는 내가 짝꿍이었다는 것을 인식했는지가 궁금하다. 겉으로 보기에는 그냥 내가 옆에 있으니까 나한테 의존하는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었다. 내가 명현학교를 찾아간다면 나를 알아봐줄까? 수진이가 나와 헤어질 때 나를 안아준 이유는 우리의 헤어짐을 알고서 안아준 것일까? 나를 알아봐준다면 그것보다 더 기쁜 일이 없을 것 같다
“옆자리를 드립니다”프로그램은 오리엔테이션 시간에 장애인식개선교육을 받는다. 이 오리엔테이션 시간이 매우 중요한 이유를 수진이와의 관람으로 다시 한번 느끼게 됐다. 장애인들을 고통스럽게 만드는 것은 장애 그 자체가 아니라 장애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차별적 시선이라는 점을 더욱 많은 사람들이 알아야 한다. 지체장애는 물론 지적장애가 심해보여도 내면의 생각과 감정이 있고 학습능력이 있는 우리와 똑같은 존재이다. 그저 약간의 배려와 도움이 필요할 뿐이다. 많은 노력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나와는 다른사람, 불쌍한 사람 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따라서 장애인들이 자신의 장애를 드러내기 두려워 밖에 나오지 않으며, 그러면 일반인들은 장애를 접할 기회가 더욱 사라지고, 낯선 장애인들에 대한 차별적인 인식은 더욱 확대되고. 악순환인 것이다. 오리엔테이션은 이러한 나를 포함한 사람들의 장애에 대한 의식들을 깨뜨려 주는 고마운 시간이다. 강사님이 오시기도 하고 비디오를 보기도 하는데, 공통점은 장애를 가진 분이 온다는 것이다. 이번에는 복지tv상무님이자 가수이신 박마루님이 연사로 오셨다. 박마루씨는 소아마비로 다리를 온전히 못쓰시고 목발을 이용해야 하는 장애가 있으시다. 하지만 사회에서 인권운동가로 방송인으로 교수로 이사로 누구보다 많은 직함을 갖고 에너지가 넘치는 분이셨다. 그분 인생에는 나같은 일반인은 상상할 수 없는 고난과 장애물과 역경이 있었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런 외부환경에 굴하지 않고 그것을 극복해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삶을 누리고 계셨다. 또한 학생들에게 자기 자신을 인정하고 사랑하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알려주는 모습에서 감동을 받았다. 진짜 불쌍히 여겨야 할 장애인은 눈에 보이는 장애가 아니라, 마음에 장애를 갖고있는 사람 아닐까? 장애를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해 보게 됐다. 사지가 멀쩡하면서도 나 자신에 대한 부정적 마음으로 에너지도 없고 번잡하기만 한 내 마음의 장애를 돌아보게 만드는 분이었다.
사회적으로 장애인들의 의식주, 이동권에 대해서는 엄청나게 많은 논의들 캠페인들이 오간다. 그러나 사람을 진정 사람답게 만들어주는 “문화생활”에 대해서는 사회적 관심이 상대적으로 소홀한 것이 아닌가 싶다. 나도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나서 그 부분을 처음으로 생각해 보게 되었으니 말이다. 참여 후에 내가 없었다면 이들의 문화생활이 불가능 했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고 그저 옆에 있어주고 손을 꼭 잡아주는 것이 얼마나 위대한 일인지를 “옆자리를 드립니다”와 함께 하면서 알게 되었다. 이런 기회를 마련해 주신 장애인먼저실천운동본부에게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기회가 닿는대로 지속적으로 홍보와 참여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