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자리를 드립니다 활동후기

함께 했던 활동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제목
4차 '옆자리를 드립니다!' 참여후기
작성자
장애인먼저
작성일자
2014-09-04 11:31:10
조회수
3,657
이만큼 이 행사의 취지를 잘 설명해주는 이름이 또 있을까. ‘옆자리를 드립니다’는 여타 다른 봉사활동처럼 봉사자가 일방적으로 장애인에게 도움을 주는 봉사가 아니라 말 그대로 옆자리를 빌려주는 행사이다. 즉 장애인과 함께 문화 활동을 하면서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고 알아가는 기회를 갖는 것이 그 취지인 것이다. 평소 못했던 문화생활을 하는 동시에 이런 좋은 봉사활동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옆자리를 드립니다’ 행사를 신청하게 되었다.
주변인 중에 장애인이 없었고 대학교에 와서야 장애인을 몇 명 보았던 것이 다였기 때문에 장애인의 옆자리에서 장애인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똑같은 사람이고 나와 같은 존재라는 것을 머릿속으로는 알고 있지만 실제로 마주했을 때 나와는 다른 모습에 처음에는 겁이 나기도 했고 곁에 있는 것이 어색하기만 하였다. 하지만 손을 맞잡고 같이 걸으며 전시관을 돌아다니고, 공연을 관람하며, 함께 밥을 먹자 어느새 그러한 걱정은 사라진 지 오래였다.
장애인과 함께 문화생활을 하면서 느꼈던 것 중 하나는 장애인이 문화생활을 할 기회가 정말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사전 교육을 제외한 총 두 번의 활동은 각각 미술전시 관람과 뮤지컬 공연 관람이었는데, 장애인과 함께 이러한 활동들을 하면서 평소 내가 이런 문화생활을 했을 때는 어땠는지 떠올려보았다. 돌이켜보니 미술전시도, 뮤지컬도 관람하러 갔을 때 장애인을 마주친 적은 매우 드물었다. 문화생활을 하며 마주쳤던 유일한 장애인은 뮤지컬을 보러갔을 때 언뜻 보았던 안내견을 데리고 다니신 시각장애인 한 분이었다. 이런 생각들을 하자 봉사활동을 마치고 봉사자들끼리 서로 의견을 나누는 자리에서 한 봉사자 분께서 하셨던 말씀이 떠올랐다. 자신이 알고 있는 한 캐나다 사람은 언젠가 자신에게 ‘한국에는 왜 길거리에 장애인이 없느냐’고 물어봤다는 이야기였다. 사실 한국에도 전체 인구의 5%에 육박할 정도로 장애인의 수는 많지만 교통 편의시설의 문제와 사람들의 인식 문제로 우리나라 장애인들은 외출하는 것을 매우 꺼리기 때문에 그러한 것이다. 이처럼 많은 장애인들이 외출을 잘 하지 않음으로써 자연히 그들이 문화생활을 할 기회도 줄어든다. 장애인들이 비장애인과 마찬가지로 자유롭게 다양한 문화 활동을 영위할 수 있으려면 시설문제를 해결하고 장애인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의 전반적인 인식개선에 힘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두 차례 방문했던 전시장과 공연장은 모두 장애인들이 활동하는데 시설에 부족함이 없었다. 또한 ‘옆자리를 드립니다’ 행사가 장애인에 대한 인식개선의 측면에서 매우 효과적이므로 일반인들도 장애인을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여기는 풍토가 더욱 확대되는 데에 기여할 것이다.
‘옆자리를 드립니다’ 행사의 기획 의도와 더불어 또 하나 탁월하다고 생각했던 점은 바로 문화 활동 프로그램의 선정이었다. 보통 장애인이 문화생활을 한다고 하면 장애인들은 작품 감상에 이해도가 떨어진다는 편견 아래 상대적으로 질낮은 공연이나 저연령층 대상의 공연 등이 제공된다. 하지만 ‘옆자리를 드립니다’는 비장애인들에게도 유명하고 인기 있는 프로그램들을 문화 활동 대상으로 선정함으로써 장애인은 비장애인과 다를 바가 없다는 이 행사의 기본 취지를 충실하게 이행하였다. 이러한 프로그램들을 선정함으로써 평소에 장애인이나 봉사활동에 관심이 부족하였던 사람들에게도 흥미를 끌어, 장애인과 비장애인 간의 진정한 소통을 이루어내었다. 비장애인도 즐길 수 있지만 또한 장애인들에게도 충분히 흥미를 끌 수 있는 프로그램 선정을 통해 장애인과 비장애인은 서로의 옆자리를 내어주고 함께 즐길 수 있었다.
평소에 자주 접하지 못했던 장애인들을 직접 만나고 대화하고 함께 문화생활을 하면서 그동안 장애인에 대해 가지고 있었던 편견을 해소하고, 장애인의 문화생활 여건 등 잘 생각해보지 않았던 주제에 대해 고민해 보는 시간도 가질 수 있었다. 장애인은 무섭거나 가까이 하기 어려운 존재가 아니라 나와 같이 문화생활을 향유할 수 있고 소통할 수 있고 옆자리에 앉을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깨달았다. 앞으로 전시회에 갔거나 공연을 관람하러 갔는데 그곳에서 나와 같이 문화생활을 하러 온 장애인을 만난다면 마음 한켠에 잔잔한 미소가 번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