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자리를 드립니다 활동후기

함께 했던 활동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제목
5차 '옆자리를 드립니다!' 참여후기
작성자
장애인먼저
작성일자
2014-09-04 11:32:53
조회수
2,444
지난 5월 14일, 17일 진행된 <옆자리를 드립니다>에 참가하였습니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것이 사실입니다. 지원동기는 단순한 호기심, 다양한 공연관람에 대한 기대 정도 였습니다. 때문에 활동에 임하기 전 우리 봉사자의 입장에서 무언가 적극적으로 해야한다는 의무감은 없었던 것이 솔직한 심정입니다. 그냥 봉사자, 장애인이 한줄로 서서 전시장에 들어갔다 나오면 되는 것이구나, 하는 정도였지요.
그렇게 처음 장애학생들과 마주했을 때, 느낀 점은 1대1 매칭에 대한 걱정과 부담감이었습니다. 나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가 오늘 처음 보는 이 친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장애인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고, 평소 이 같은 경험이 많지 않았기에 당시에는 소극적으로 행동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실수로 인해 상처를 주기보다 다소 어색한 분위기를 유지하는 쪽을 택했던 것입니다. 그렇게 별다른 대화없이 전시장으로 향했고 이때 나 스스로 준비가 많이 부족했구나, 라는 사실을 깨달아 여러 가지 생각을 하였습니다. 그때 계단을 오르게 되었고 옆의 파트너가 걸음이 다소 불편해보여 손을 잡아 주었습니다. 이때 친구 쪽에서 제 손을 힘주어 쥐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때까지 걷기 불편했었구나, 그것을 몰라주어 너무 미안했습니다. 손을 잡자 거부감없이 이런저런 대화를 나눌 수 있었고 어색하던 분위기는 거짓말처럼 사라졌습니다. 전시장에서는 진기한 그림과 조형물을 보며 더 많은 대화를 나누었고, 차츰 상처를 주고 싶지 않다는 걱정보다는 친구와의 동행 자체가 즐거워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 후로는 어색함 따위는 사라지고 맘이 잘 맞는 동생과 함께하는 듯이 편안했습니다. 함께 밥을 먹고 손을 잡고 화장실에 뛰어가는 경험 등을 하며 더욱 돈독한 우정과 같은 것이 피어오름을 느꼈습니다. 이렇게 첫 번째 전시회 관람은 마무리 되었습니다.
두 번째 만남에서는 연배가 있으신 장애인분을 파트너로 맞아 함께 뮤지컬을 관람하게 되었습니다. 여기에서 다소 당황했던 점이 이전의 나이어린 동생처럼 덥석 손을 잡았을 때 파트너분이 별로 달가워하지 않으셨던 점입니다.(그렇다고 냅따 뿌리치신 것은 아닙니다.) 아무래도 연세도 있으시고 아들뻘되는 친구가 본인을 아이취급(?)한다고 느껴지셨을지 모릅니다. 이때 느낀 것이 장애인분들이 각자 성격이 다르고 필요로 하는 부분, 봉사자에게 요구하는 바가 다르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함께 식사를 하고 공연을 관람하는 와중에 또 하나 느낀 것이 주변사람들의 시선이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지 않았지만 몇몇분들은 유난히 노골적으로 저희들을 쳐다보았습니다. 단순한 호기심이었다고 생각하고 부정적인 느낌은 받지 않았으나 그런 시선조차 장애인분들에게 상처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저조차 그동안 거리에서 장애인을 그렇게 노골적으로 쳐다보지는 않았는지 한번 되돌아 보았습니다. 두 번째 만남은 아무래도 뮤지컬 공연이었기에 파트너분과 많은 대화를 나누지는 못했습니다. 어쩔수 없다해도 다소 형식적으로 함께 한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 대목입니다.
그렇지만 양일간의 경험은 제 인생에 대단히 의미있는 일이었습니다. 조금이나마 오해와 선입견을 가지고 있던 과거의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어떤 분이 이 글을 읽게 되실지 저는 알지 못합니다. 만약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전에 있는 분, 한번 참여하고 싶으신 분들이라면 약소하나마 제가 배우고 느낀 바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먼저 장애인 파트너는 특별대우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고 느꼈습니다. 그들은 주위의 편견과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아마 주변의 비장애인 형, 친구, 동생과 같이 대해주시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둘째, 여기에 약간의 배려를 더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저의 경우 두 분의 파트너 모두 과묵하고 젠틀한 분들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어색한 분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무리하게 대화를 이어가려 시도했으나 그럴 필요는 없었습니다. 천천히 전시장을 걷고 화장실을 다녀오다 보면 어색함은 차츰 사라지고 파트너가 편안하게 느껴질 것입니다. 하지만 다소 돌발행동(?)을 하시던 장애인분들도 계셨기에 봉사자의 입장에서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하시고 주변의 인솔 선생님의 당부말씀에 귀 기울이셨으면 합니다.
이상 제가 참여한 <옆자리를 빌려드립니다> 프로그램에 대한 짤막한 수기였습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제 인생에 많지 않을 소중한 경험이었고 널리 알려져 많은 분들이 함께 하셨으면 하는 작은 바람이 있습니다. 사전 교육 당시 장애는 또 다른 ‘능력’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 땅이 더욱 건강하고 풍요로워지기 위해 다양한 사람들이 차별없이 각자 능력을 펼치고 서로 소통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경험을 제공해주신 장애인먼저실천운동본부와 인솔선생님들께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저의 파트너, 볼링을 좋아하던 승준이와 터프하지만 순수했던 영철씨에게 응원과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