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자리를 드립니다 활동후기

함께 했던 활동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제목
2018년 7차 '옆자리를 드립니다!' 참여소감
작성자
wefirst
작성일자
2019-09-02 15:58:23
조회수
1,565

단 이틀이 가져온 변화

 

윤세인

옆자리를 드립니다!’라는 장애인먼저실천운동본부 프로그램에 자원봉사자로 참여했다. 이틀간의 소감과 체험한 변화를 나누고자 한다.

2018619일 화요일 오전0920분 강남장애인복지관.

2018716일 월요일 오전1150분 롯데월드.

 

한 달에 한번씩 총 두 번. 활동 내용이 흥미롭기는 했지만 단기 봉사활동이기에 큰 기대가 없었다. 깨닫는 바가 있을 거라 생각하지도 않았고, 봉사활동장소가 집에서 멀어서 오히려 귀찮기도 했다.

장애인이란?”으로 시작하는 설문지를 작성하며 옆자리를 드립니다!’가 시작되었다. 이 다섯 글자 문항은 생각보다 답하기 어려웠다. 제일 먼저 떠오른 대로 적었다면 장애인이 장애인이지!’라고 적었을 것이다. 그 정도로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았다. 신체/정신에 불편함이 있는 사람? 어려움이 있는 사람? 머릿속은 수십 개의 물음표로 가득 채워졌다. 일단 공백으로 남겨두고 계속 생각하며 강의를 들었다. 장애인에 대한 평소 생각을 서로 나누는 시간이 있었는데, 다들 생각이 비슷한듯했다. 도움을 불편하게 생각하는 장애인도 종종 보았기에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장애인이라는 의견에는 동의하지 않았지만, 이해는 갔다. 장애인과 함께 어울려 생활한 것은 초등학생 때가 마지막인데 항상 선생님과 그 친구들 부모님들께서 ○○이를 잘 도와주고 보살펴주렴이라고 당부하셨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장애인 친구에게는 항상 비장애인 도우미 친구를 짝지어주셨다. 장애인과 함께한 이런 경험에서 그런 의견이 생겼을 것이다. 고민 끝에 초등학생 때 이후로는 보기 힘든 사람이라고 적어서 냈다. 심리적으로 힘든 친구들은 접할 일이 많았지만, 지체장애인은 초등학교 이후로 단기적 봉사활동 외에는 보지 못했다. 그 친구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옆자리를 드립니다!’는 장애인을 생각해 볼 계기가 되었다.

 

첫째 날에는 장애인 한 분과 짝이 되어서 함께 미술/체험활동을 하는 프로그램을 했다. 첫 날에는 서로 소개를 하면서 짝꿍이 어떤 사람인가 탐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장애인 한 분과 오랜 시간을 보내는 건 거의 처음이기에 첫째 날에는 여유가 없었다. 어떻게 말을 걸어야 할지도, 혼잣말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도 몰랐다. 하지만 짝꿍을 이해하는 시간(첫째 날)이 있었기에 둘째 날 야외활동에서는 훨씬 여유로운 모습으로 함께 다닐 수 있었다.

 

둘째 날도 첫째 날처럼 팀을 이루어 활동했다. 같은 팀에 복지관 선생님들께서 안 계셔서 걱정이 되었는데, 오히려 장애인 팀원들이 어떤 성격을 가진 사람들인지 더 잘 알 수 있었다. 한 분께서는 우리의 팀 리더이셨다. 어느 동선으로 어떤 놀이기구를 탈지 주도적으로 정해서, 우리를 끌고 다니셨다. 팀원들이 타고 싶은 놀이기구를 말하면, 무서운 놀이기구만 아니라면 바로 동선에 넣어주셨다. 다만 성격이 급하신지 걸음이 엄청 빠르시고 줄을 오랜 시간 서는 것을 싫어하셨다. 다른 분께서는 좋아하는 놀이기구 3개를 미리 말하시고 다른 팀원들을 잘 따라다니셨다. 누군가와 함께 다니는 것에 익숙하신지 내가 가방에 짐을 넣느라 손을 안 잡고 있을 때면 다른 팀원들의 손을 잡고 계셨다. 여기서 작은 해프닝이 생겼는데 간혹 우리 팀원이 아닌 바로 옆에 있는 사람 손을 잡을 때도 있었다는 것이다. 그 분들이 엄청 당황했을 줄 알았는데, 오히려 당황한 것은 우리인 듯했다. 특히 얼떨결에 손을 잡힌 아저씨께서는 오히려 악수를 청하며 유연하게 대처하셨다. 이 해프닝을 보며 젊은 사람들이 장애인을 대하는 태도가 많이 달라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며칠 전에 지하철을 탔을 때만 해도 옆자리 할머니가 통로를 계속 돌아다니는 지체장애인을 보면서 엄청 가여워하셨는데, 롯데월드에서 만난 사람들의 반응은 예상과 달랐다. 신선한 깨달음이기도 했고, 나라면 어떤 반응을 했을지 생각도 해보았다. 둘째 날 체험활동이 끝나고 장애인이란?” 설문지에는 비장애인처럼 장점과 단점, 좋아하는 것이 각기 다른 사람이라고 적었다. 경험의 유무와 각자의 성격에 따라 체험활동을 다르게 만들어나갔기 때문이다.

 

장애인의 옆자리를 이틀간 함께하며 나도 변했다고 믿는다. 큰 변화는 아니지만 장애인은 무엇일까를 깊게 생각해 보고, 함께 이런저런 활동을 하면서 나도 모르게 장애인에 대해 갖고 있던 편견을 깨닫게 되었다. 롯데월드에서 만난 아저씨처럼 돌발상황도 유쾌하게 넘어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 나쁜 의도는 없지만 당황스러운 일을 겪을 때 웃는 얼굴로 넘길 수 있을 것 같다. 장애인을 만나고 대할 때 훨씬 여유가 생겼다. 옆자리를 드립니다!!!!